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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바이러스 해마다 변종돼 사실상 '속수무책'

심폐질환·당뇨 등과 합병증 유발땐 치명적

독감(인플루엔자) 환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독감 치료제로 알려진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져 정부가 비축분을 풀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유행하는 독감은 2009년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대유행했던 H1N1 바이러스인데다, 인체 감염 우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도 현재 전국에서 유행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독감을 단지 감기 수준의 질환으로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독감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확산될 염려는 없는지 하나하나 짚어본다.

1. 독감이란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은 코, 목, 폐 등 호흡기계로 침범하며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독감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며, 계절 구분이 있는 지역에서는 매년 겨울에 유행하고 있다. 독감은 일반 감기와는 원인균과 병의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A, B, C형 세 가지가 존재하지만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B형은 증상이 약하고 한 가지 종류만 존재하지만,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다. 보통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항원의 종류는 H1, H2, H3와 N1, N2이다. 조류에서 나타나는 H항원과 N항원은 보통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바이러스 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거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종류의 항원과 유전자를 교환하면 사람에게도 쉽게 병을 일으키는 형태로 변할 수 있다. 독감은 바이러스 아형(亞型·세부분류)이 처음 발견된 장소에 따라 명명하게 되므로 ‘홍콩 독감’이나 ‘소련 독감’ 같은 이름이 붙는다.

2. 왜 겨울에 걸리고 매년 유행하나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성이 일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신한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는 몇 년 또는 몇 십 년을 두고 계속 변신해 항원성이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번 면역이 되더라도 다음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바이러스에 대해 속수무책이 된다”고 말했다. 해마다 또는 몇 년마다 약간씩 변하는 형태를 소변이(Antigenic drift)라고 하고, 몇 년 또는 십 수 년마다 크게 바뀌는 형태를 대변이(Antigenic shift)라고 한다. 소변이는 A형과 B형 모두에서 생기는데 요즘은 거의 해마다 있고, 대변이는 A형에서만 생긴다. 독감은 겨울에 많이 걸리는데 추운 외부 환경 탓도 있지만 건조한 실내 조건이 주된 원인이다. 우 교수는 “온도가 낮고 건조한 겨울 날씨는 바이러스가 활발해지는 조건”이라며 “실내 습도를 6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3. 올해 독감 감염 상황은

독감 환자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에 외래환자 1000명 당 15.3명으로 유행주의보 수준을 넘어선 이후 지난주(1월 26일∼2월 1일)에 1000명당 48명 수준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200개 의료기관을 상대로 표본감시 중인 독감 의심환자는 지난해 12월 셋째 주 외래환자 1000명당 11.7명에서 넷째 주 15.3명, 올해 1월 첫째 주 19.4명, 둘째 주 23.1명, 셋째 주 27.3명, 넷째 주 37.0명, 다섯째 주 48.0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독감 유행기준이 1000명당 12.1명인 것을 감안하면 1월 다섯째 주 현재 유행기준 환자의 4배 가까이 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초·중·고교의 개학 등으로 앞으로 4∼6주 동안 1000명당 60∼70명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4. 독감 얼마나 위험한가

독감은 합병증으로 연결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독감은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과 심폐질환, 당뇨, 혈액응고장애, 만성 신장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서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다. 임신 2기(14∼28주)나 3기(29∼40주)의 산모나 2세 미만의 영아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폐렴이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다. 소아에서는 독감 증상이 좋아질 무렵에 갑자기 구토나 흥분 상태가 나타나 경련과 같은 중증의 뇌장애 증상으로 이어질 경우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이를 라이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아스피린 복용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잘 구분되지 않는 감기 증상이 있는 소아에게 아스피린을 먹이면 안 된다. 그 외 보통 근육의 염증, 심장근육의 염증,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의 염증도 생길 수 있으며 뇌염과 같은 신경계 합병증도 일으킬 수 있다.

5. 감기 증상과 차이 및 치료법

독감은 흔히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또는 피로감과 같은 전신증상과 함께 기침, 인후통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갑작스럽게 시작된다. 특히 겨울철에 흔한 일반적인 감기와 증상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독감은 감기와 달리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이 필요하다. 독감은 미열이 서서히 시작되는 감기와 달리 갑작스럽게 시작되기 때문에 고열(38∼41도)이 시작된 시점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또한 독감은 전신증상이 미미한 감기와 달리 두통, 피로감, 근육통·관절통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전신증상이 뚜렷하다. 독감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48시간 안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특히 노인, 영유아 및 만성내과질환 환자에서의 독감은 폐렴 등 중증 합병증 발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조기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매우 중요하다.

6. 올 유행 독감은 신종플루라는데

올해 주로 유행하는 독감은 2009년에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대유행했던 H1N1 바이러스다. 올겨울에 검출 의뢰한 바이러스 총 521건 중 33%인 170건이 H1N1 바이러스로 분석됐다.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기원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새로운 바이러스로 2009년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했었다. 그러나 2009년에는 ‘신종’ 독감이었지만 백신이 개발된 현재는 일반 ‘A형 독감’으로 분류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년 1500만 명이 신종플루 항원이 포함된 독감접종을 받는 등 면역군이 넓어 과거와 같은 대유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7. 해외 독감 감염 상황은

독감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월 셋째 주 의료기관 당 독감 환자수는 11.79명으로 전주(5.51명)보다 증가했다. 또 일본 총무상, 후생노동상 등이 독감에 감염되면서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각에 ‘독감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미국은 더 심각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올겨울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이 140명을 넘었다. 미국 독감 의심환자 비율은 1월 셋째 주 3.4%로 유행판단기준(2.0%)을 넘었으며 독감 및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8.1%로 임계기준(7.2%)보다 높다. 캐나다도 1월 셋째 주 기준으로 독감 의심환자는 1000명당 66.8명으로 많았다. 중국은 최근 AI의 인체감염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AI인 신종 H7N9형에 감염된 환자수가 1월 셋째 주까지 200명을 넘었다.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매일 5∼7건의 H7N9형 AI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8.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우려는

현재 국내 전역에 확대된 고병원성 AI는 H5N8형이다. 현재 중국에서 인체 감염사례가 늘고 있는 AI는 H7N9형으로 유전자형이 다르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H5N8형 AI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H5N8형 AI는 1983년 아일랜드에서 칠면조, 2010년 중국에서 오리를 중심으로 유행한 바 있지만 인체감염 사례는 없다. 또 H5N8형 AI는 다른 나라에서 2003년 이후 발생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H5N1, H7N9과는 다른 혈청형을 갖는 AI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2003년 이후 4차례 발생했던 H5N1 AI 유행에서도 인체감염 사례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9.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독감 백신은 겨울에 유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바이러스주들의 항원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2월 말에 그해 겨울철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A형 및 B형 바이러스주를 발표하는데, 백신회사들이 이에 의거해 백신을 생산한다. 독감 백신은 적어도 유행 1개월 전에 맞아야 효과적이므로 노인 등 취약층에 대한 백신접종은 10∼11월 중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김우주 교수는 “독감이 4월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아직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종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발병을 완전히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임상 증상 및 경과의 완화, 입원율 및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하 건강한 사람에서 70∼90%의 예방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노인에서는 발병 예방효과가 40% 수준이지만, 입원을 예방하는 데 50∼60% 효과가 있고, 사망을 예방하는 데는 80% 효과를 보인다.

10. 예방수칙은

호흡기질환 예방수칙을 준수하면 대비할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생후 6∼59개월 소아, 임신부, 50∼64세 연령 등 예방접종 권장대상자는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독감은 감염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되는 비말(droplet)에 의해 전파된다. 또 작은 입자에 의해 공기감염도 가능하므로 폐쇄 공간 내에서 집단적으로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건조한 점액에서도 몇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악수 등의 직접 접촉이나 의류, 침구 등의 환경을 매개로 감염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자주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에는 손수건이나 휴지, 옷깃 등으로 입을 가리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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